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의 빈칸, 발행 주체 너머의 운영 기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늦어지는 사이 미확정으로 남은 진입 규칙과, 발행 주체와 상관없이 정할 운영 기준을 짚습니다.
2026년 9월 30일 열릴 것으로 보였던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가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고 9월 22일 보도됐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은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법으로, 2023년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시장 전반을 규율하려는 법입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목표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1년 넘게 정해지지 않은 것은 주로 누가 발행하고 누가 거래소를 소유하느냐는 진입 규칙입니다. 그 결정과 별개로 정리할 수 있는 기준도 있습니다.
2025년 1월부터 되풀이된 정책 방향
1단계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2023년 제정돼 2024년 7월 19일 시행됐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법이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를 먼저 다루는 1단계 입법이었고, 처음부터 후속 입법이 예정돼 있었다고 정리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월 15일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2단계 입법 논의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사업자와 시장, 이용자를 아우르는 접근을 내세웠고 그해 하반기 중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4월 17일 설명자료에서는 이 회의가 스테이블코인 규율방안을 가장 먼저 논의했다고 적었습니다. 국정과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도 같은 방향입니다. 이용자 보호와 글로벌 정합성, 통화와 외환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규율체계를 신속히 마련한다는 문구입니다.
2026년 7월 15일 하반기 업무보고도 이 흐름을 이었습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법을 연내 마련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제도화할 방침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에 대응하는 규율도 강화합니다. 9월 22일 보도에서는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이 "전체적인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향을 적은 문장은 1년 반 넘게 거의 같습니다.
"확정된 바 없다"가 가리켜 온 진입 규칙
금융위원회 설명자료를 날짜 순서로 놓으면 미확정으로 남은 항목이 드러납니다.
- 2025년 7월 30일: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 준비자산(코인 가치를 뒷받침하려고 발행사가 보유하는 자산) 관리 등 세부내용
- 2025년 12월 1일: 발행인과 관련한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허용 등
- 2025년 12월 31일: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등
- 2026년 1월 6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 2026년 1월 7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주주구성 등
- 2026년 8월 27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2026년 3월 4일 열린 그해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 검토안을 두고 전반적인 의견을 들었습니다. 은행 중심(지분 50%+1)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소 소유 분산 기준의 필요성도 "심도깊게 논의"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질문 예시에서 이 회의를 두고,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논의가 추가된 것 말고는 진척이나 협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9월 3일에는 국회 정무위원장이 "아직 정부안이 안 왔다"고 말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은행 중심 50%+1주 컨소시엄과 거래소 지분 규제 같은 핵심 쟁점도 "확정된 게 없다"고 했습니다. 9월 27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정부와 여당이 내건 9월 입법안 마련 시한을 넘길 것으로 봤습니다. 이견의 핵심으로는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배구조를 꼽았습니다.
반복해 미확정으로 남은 것은 주로 누가 시장에 들어오고 누가 소유하느냐, 곧 진입과 지배구조 규칙입니다. 다만 2025년 7월 설명에는 준비자산 관리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자율규제와 사실상의 규제로 메워 온 시간
국회입법조사처는 2026년 8월 27일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지금까지의 정책이 개별 현안 대응 중심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을 포괄하는 설계원칙과 추진 일정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그 사이 거래지원 심사기준, 유통량 관리, 공시 같은 사항의 상당 부분은 거래소와 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의 자율규제에 기대 운영된다고 적었습니다.
법률에 적히지 않은 사실상의 규제도 있습니다. 보고서가 든 예는 네 가지입니다. 가상자산공개 금지와 법인 참여 제한, 거래소 한 곳이 실명계좌 은행 한 곳과만 제휴하는 1거래소 1은행 관행, 금융과 가상자산 사업을 나누는 금가분리 원칙입니다. 보고서는 이런 방식이 오래 이어져 시장참가자가 규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 불확실성이 국내 프로젝트의 해외 재단 설립이나 스타트업 해외 이전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진입 규칙 논쟁의 양쪽이 기대는 운영 기준
9월 27일 비즈니스포스트 보도는 발행 주체를 둘러싼 두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은행 중심 발행을 주장하는 쪽은 대규모 환매가 지급결제망과 금융시장에 줄 영향을 들어, 기존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업계, 정치권 일부는 비은행 허용을 주장합니다. 충분한 준비자산과 상환의무, 자본요건을 갖춘 사업자라면 비은행에도 발행을 허용해야 경쟁과 혁신이 생긴다는 의견입니다.
두 입장은 누가 발행하느냐에서 갈립니다. 그러나 양쪽이 드는 근거를 모으면 환매를 버틸 준비자산과 자본, 자금세탁방지라는 운영 기준의 목록이 됩니다.
이 가운데 준비자산과 상환은 2025년 1월 위원회 자료에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그 회의에서 주요국 규제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발행자에게 준비자산 관리 의무를 엄격히 지우고, 이용자의 상환청구권(발행사에 돈으로 돌려받을 것을 요구할 권리)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흐름입니다.
운영 사고도 논의됐습니다. 2026년 3월 위원회는 2월 6일 가상자산 오지급 사태의 경과를 다뤘습니다.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는 우선 자율규제를 고쳐 갖추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기본법 제정으로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같은 회의의 정부 검토안 논의에서 위원들은 안전장치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거래소 내부통제기준과 전산 및 보안기준 마련,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잘못이 없어도 사고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 부과입니다. 이 논의의 대상은 거래소였습니다.
발행 주체가 먼저라는 반론
반대로 볼 근거도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 30일 설명에서 발행주체와 준비자산 관리를 함께 미확정 세부내용으로 묶었습니다. 은행이 발행하면 기존 건전성 관리와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그대로 따라온다는 것이 은행 중심 쪽 논리입니다. 은행 중심을 고른다고 끝나지도 않습니다. 9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현행 은행법은 개별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원칙적으로 15% 넘게 보유하지 못하게 합니다. 여러 은행이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나 예외요건을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부 운영 기준이 발행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는 반론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그래도 먼저 정할 수 있는 부분은 남습니다. 2025년 1월 위원회가 살펴본 주요국 흐름에서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청구권 보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거는 의무였습니다. 발행자가 은행인지는 따로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3월 위원회에서 위원들이 강조한 내부통제와 보안, 배상 장치도 은행 중심 발행 논의와는 별개 항목으로 적혔습니다. 기준의 목록과 최소선은 발행 주체를 정하기 전에도 함께 정리할 수 있고, 결정 뒤에 달라지는 것은 적용 방식입니다.
발행 주체와 상관없이 함께 정할 세 가지 기준
9월 27일까지 나온 보도로는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고 있고, 발행 주체와 지분 구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결론 전에도 정리할 수 있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준비자산과 상환의 최소선입니다. 어떤 사업자가 발행하든 상환을 버틸 준비자산과 상환 약속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은행 허용 쪽이 내건 조건이면서, 은행 중심 쪽이 걱정하는 대규모 환매를 견디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둘째, 운영 사고와 자금세탁방지의 책임 범위입니다. 3월 위원회에서 거래소를 두고 논의된 내부통제와 보안, 배상 기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방지 강화가 대상입니다. 이 기준을 발행과 유통, 지갑을 맡는 사업자 사이에 어떻게 나눠 적용할지가 남아 있습니다.
셋째, 결정 절차의 공개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질문 예시로, 기본법 논의 일정과 의사결정 절차를 정례화하거나 더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는 없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절차가 보여야 산업이 의견을 낼 시점과 창구가 생깁니다. 자율규제로 운영해 온 거래지원 심사와 공시를 법으로 옮길 때 무엇을 옮길지도 이 절차 안에서 다룰 문제입니다.
세 기준은 누가 발행할지가 정해지기 전에도 비워 둘 필요가 없는 칸입니다.
참고
- 금융위원회, 국정과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2026-10-01 조회. https://www.fsc.go.kr/po050400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 개최」, 2025-01-15. https://www.fsc.go.kr/no010101/83855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2025-04-17. https://www.fsc.go.kr/no010102/84385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스테이블코인 규율과 관련된 사항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5-07-30. https://www.fsc.go.kr/no010102/85031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5-12-01. https://www.fsc.go.kr/no010102/85770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5-12-31. https://www.fsc.go.kr/no010102/85982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6-01-06. https://www.fsc.go.kr/no010102/85997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주주구성 등 2단계법 주요내용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6-01-07. https://www.fsc.go.kr/no010102/85999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6년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 개최」, 2026-03-04. https://www.fsc.go.kr/po010105/86373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2년간의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 주요성과 및 향후 계획」, 2026-07-20. https://www.fsc.go.kr/no010101/87357
- 금융위원회, 설명자료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2026-08-27. https://www.fsc.go.kr/no010102/87600
- 국회입법조사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Ⅲ (경제ㆍ산업 분야)」 중 「디지털자산 시장 제도화, 종합적인 로드맵은 언제 발표할 것인가?」, 2026-08-27.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019&brdSeq=49557
- 이데일리, 금융위원회 하반기 업무보고 보도, 2026-07-15.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290246645514848
- 이데일리, 정무위원장 정부안 미제출 발언 보도, 2026-09-03.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159046645576512
- 이데일리, 「정책실장 공백에 정부안 지연…디지털자산기본법 9월 공청회 무산」, 2026-09-22.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598566645582744
- 비즈니스포스트, 디지털자산기본법 9월 시한 보도, 2026-09-27.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47951